Stair 001

공간을 공간으로 만드는 건 벽과 기둥과 지붕이 아니다.

공간은 비어있으며 가득 차있고 순간적이며 영속적이다.

공간을 나누는 등의 말 따위는 이치에 맞지 않다. 공간은 그 너머에 있다.

공간은 누구의 것도 아니며 우리 역시 이곳을 잠시 점유할 뿐이다.

우리는 기억함으로써 이 공간 안에 우리의 존재를 확인한다.

이 공간 곳곳 우리의 기억이 입자처럼 스며들어 있다.

하지만 그 기억 이전에도, 그 이전의 기억 이전에도, 그 이전의 기억 이전에도 공간은 존재했다.

이 낡은 벽돌 건물이 품은 기억은 건물의 생사와 관계없이 생명력을 가진다.

기억은 왜곡되고, 흐려지고, 단단해지고, 부여잡으며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다.

이 기억 이후에도, 그 이후의 기억 이후에도, 그 이후의 기억 이후에도


'23시9분, 그 두 사람은 어디에 있었나' 전시 中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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